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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키티
아침에는 구름이 잔뜩 끼고 빗방울을 이따금씩 흩날리더니 오후가 되자 파란 하늘로 변했다.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는 나에게 이보다 좋은 축복이 있을까. 창 밖만 바라봐도 우울했던 기분이 한결 가신다. 역설적으로 우울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글로 적기에 가장 적당한 기분이기도 하다. 사노라면 가사 처럼 해뜰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이 한껏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나는 올해 3월 말부터 아팠다. 여러 검사에서 이상소견은 없었지만, 분명한 사실은 아팠다. 정확히 6주 전 화요일로 기억한다. 양재역 프릳츠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갑작스러운 어지럼증과 피가 안통하는 증상(나의 경우 손발이 굉장히 차가워지고 입술이 화한 느낌이 들었다)이 나타났다. 당시에는 빈혈을 의심하여 내과에 갔으나 하필 영업 종료시간에 맞춰가서 제대..
# 베토벤 교향곡 9번 4월 말부터 좋은 날씨와 함께 찾아온 연휴는 코로나로 갑갑해져 있던 마음을 한결 풀어주었다. 물론 조심해야 하는 시국이었지만 어디라도 가지 않으면 마음의 병이 생길 것 같았기에 짧게나마 친구와 경주를 다녀왔다. 이미 4년 전에 한번 다녀오긴 했지만 보장되는 볼거리와 마음 한켠에 남은 수학여행의 추억... 이 있었기에 큰 고민하지 않고 결정하게 되었다. 차가 없었기에 - 나는 아직 장롱이기도 하고... - 주로 버스를 타고 유적지들을 이동하였다. 그 중에서도 11번 버스가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는데, 첫날과 둘째날의 11번 버스의 기사님이 똑같다고 확신한다. KBS 클래식 FM이 틀어져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KBS 클래식 FM에 대한 소견을 말하자면 같은 음악이 몰아서 나오는 경향이 ..
1. 칼럼 추가 시 기존 Row 들의 새로운 칼럼에는 어떤 값이 들어갈까? - 각 Data Type의 Default Value는 Implicit Defaults와 Explicit Defaults가 존재 - Explicit Value는 DEFAULT 구문으로 명시하여 사용 - 추가하는 칼럼에 Explicit Value가 있다면 기존 Row들에도 해당 Value로 적용 - Explicit Defaults가 없는 경우 NOT NULL vs NULLABLE에 따라 갈림 - NULLABLE인 경우 NULL 값으로 적용 - NOT NULL인 경우 Implicit Value로 적용 * Implicit Defaults - Numeric Type 은 기본적으로 0, AUTO_INCREMENT의 경우는 물론 다음 값 - ..

사실 서울역 앞은 남산 산책의 종착지일 뿐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부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분명 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사람인데 모순적으로 보인다.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한 가지 아이디어는 산책 자체는 나에게 큰 의미가 없으며 서울스퀘어 건물 1층의 퀴즈노즈의 샌드위치, 투썸 플레이스의 아메리카노를 낭만적으로 즐기기 위해 살짝 지친 몸을 만들어주는 준비운동이라는 설명이다. 오후 3시쯤 동대 입구역에서 내려서 신라 호텔 옆길을 따라 올라간다. 남산 터널에 도착하기 전 서울 극장 옆 샛길을 따라서 서울타워까지 올라간다. 잠시 숨을 돌리고 계단을 따라 내려가 서울역 광장까지 도착한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하나 먹고 커피를 마시며 감상에 빠진다. 그 감상은 보통 생산적이지 않다. 보통 ..
코로나가 잔뜩 날뛰고 있지만 그럼에도 봄을 막을 수는 없다. 벌써 3월 첫 주의 금요일, 날씨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그냥 저냥 따뜻. 봄을 빨리 보기 위해서라도 겨울을 마무리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물론 다음 주에도 여전히 추울 예정이다. 하지만 겨울에 계속 머물러 있기보다는 추운 봄을 나는 편이 더 기분 좋다. 마치 초원의 집 시리즈 중에 기나긴 겨울에서 나오는 그 겨울 속. 4월에도 여전히 눈속에 갇혀 있었던 로라의 가족들과 같이 말이다. 잠시 초원의 집 시리즈로 돌아가면 내가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가장 근본적인 계기가 된 소설이다. 내가 읽은 편은 6편 기나긴 겨울 뿐이지만, 그 추운 날씨 속에서 가족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한 대의 바이올린. 그 장면이 상상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미래에 내가 ..
온 나라가 전염병으로 들썩이고 있다. 오늘이 31절임에도 우리 가족이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을 깜빡할 정도다. 하필 일요일과 겹치는 바람에 공휴일 분위기가 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다. 오늘은 심지어 일요일의 느낌도 나지 않았다. 예배는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나는 반주자로서 오프라인 예배에 참석한 극소수의 인원 중 한명이었다. 텅빈 예배당을 보는 것은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니다. 물론 예배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향하기에 똑같이 힘내야겠지만, 사람인 나로서는 어쩔 없이 서글프다. 피아노 소리가 휑했다. 그 와중에 양재천에서, 공원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서 등산가는 노인분들을 보면 확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행복들을 하나 하나 포기하고 있는데, 저 사람..

1.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 중이다. 생각만큼 그렇게 좋지는 못하다. 출근시간 만큼 늦잠잘 수 있고, 지하철을 안 탈수 있다는 점이 눈에 보이는 장점이다. 오히려 회사에서는 출근 후에는 마음 편하게 사방을 돌아다니면서 업무도 하고 딴 짓도 할 수 있었다면, 집에서는 무엇을 해도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근무 중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카톡이 오는지 계속해서 살펴봐야하고, 업무 요청도 즉시 처리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자유를 나 스스로가 제한하는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나쁘다. 어쩌면 나는 자유를 사랑하는게 아닐 수도 있다. 자유를 쟁취하는 행위를 즐기고 있는 것 아닐까? 2. 어제는 날씨가 참 좋았다. 마치 금새라도 벚꽃이 필 것 같은 따뜻하고 청명함이 나에게도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러한 기운..
어제 부로 작년 홋카이도의 기차 안에 이어서 두 번째로 빙점을 완독했다. 이미 이야기와 반전은 알고 있었기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내가 이 등장인물들보다 나은 사람일까"라는 반성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사람들보다 나을 게 없는 사람이다.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상황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겠다. 속편은 본편만큼 인기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 그래서 책을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 요코가 불행한 가정을 회복시키는 내용이라 하니 어떻게든 구해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라도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마음 한편이 편치 않을듯 싶다. 이번에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던 인물은 게이조였다. 합리적인 인물이자 마음 한 켠으로는 사랑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심각히 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