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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키티

⌜속 빙점⌟을 읽기 전 본문

일기

⌜속 빙점⌟을 읽기 전

햇.빛 2019. 11. 25. 11:19

 

  어제 부로 작년 홋카이도의 기차 안에 이어서 두 번째로 빙점을 완독했다. 이미 이야기와 반전은 알고 있었기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내가 이 등장인물들보다 나은 사람일까"라는 반성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사람들보다 나을 게 없는 사람이다.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상황 속에서 더 나은 선택을 했으리라고 생각하지 못하겠다. 

 

  속편은 본편만큼 인기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 그래서 책을 구하기가 무척 힘들다 - 요코가 불행한 가정을 회복시키는 내용이라 하니 어떻게든 구해보고 있는 중이다. 그렇게라도 마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마음 한편이 편치 않을듯 싶다. 

 

  이번에 읽으면서 깊이 공감했던 인물은 게이조였다. 합리적인 인물이자 마음 한 켠으로는 사랑을 알고 있는 듯하지만 심각히 왜곡된 사람이다. 그 것은 마치 내 내면을 떠오르게 했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굉장히 무섭고 더럽고 끔찍한 생각을 즐기며 몸서리치는 나는 게이조보다 나을 게 없는 사람이다. 큰 은혜를 받았음에도 불구 하고 그 은혜를 남에게 베풀 생각은 없는 사람이다.

 

  빙점의 한가지 포인트는 관계 속에서 악이 악으로 이어질 때, 끔찍한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게이조는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럴 만한 기회와 마음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고 결국 요코가 그 역할을 맡게 되었다. 정말 아무 죄도 없었던 요코.

 

  요코의 빙점은 바로 원죄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부끄럼 없이 열심히 살아왔던 요코지만 본인의 의지 이전의 문제가 생겼을 때 그녀의 버팀목은 사르르 무너졌고 자살 기도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자살은 절대로 도피가 아니다! 게이조가 끊지 못한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한 유일한 열쇠였고 속편에서 봐야하겠지만 결국은 성공한 것 같다. 수단을 넘어선 요코의 의지는 대속을 생각나게 한다.

 

  작년쯤 예술의 전당에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라는 뮤지컬을 보았다. 대가 이어져서 내려오는 살인을 보면서도 측은함을 느꼈던 이유는 악의 고리 속에서의 악의 필연성을 사무치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 뮤지컬에서는 요코가 없었고, 요셉이 없었고, 예수님이 없었기에 더욱 추웠고 허무했다.

 

  현실을 인정하자. 나는 절대로 요코같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용기를 낸 게이조같은 사람이라도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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