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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빈.키티

꼬였다 본문

일기

꼬였다

햇.빛 2019. 11. 11. 22:30

 

    따뜻한 초콜릿 한 잔이 없었다면 생각이 어디까지 뻗어나갔을 지 가늠되지 않는다. 바이올린을 놓고 영동2교를 건널 때의 나는 단칸방에서 노파를 죽일 궁리를 하고 있는 라스꼴리니꼬프였고, 실패한 제사를 드린 가인이었다. 그 둘보다 나은 점을 하나라도 찾아본다면 나의 칼은 다른 사람을 향하지는 않는 다는 것이다. 그 칼이 어딘가를 향한다면 나 자신이다.

 

  몇 년 전까지 '고슴도치의 우아함'의 팔로마를 특별함 없이는 살 수 없는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팔로마에게 공감하는 나 또한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했다. 라스꼴리니꼬프의 이론과도 일치한다. 나는 비범한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길을 막는 다른 사람들을 죽일 생각은 없는 착한 비범한 사람이다. 엘리트다. 하지만 죄와 벌의 결말처럼 나는 비범한 사람이 아니다. 살인까지 갈 필요도 없이 내 마음에서 느껴진다.

 

  팔로마가 왜 자살을 생각했을지 누구도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팔로마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앞으로 평범하게 실패할 내 인생을 보고 싶지 않은 것임은 확실하다. 자살이던 남탓을 하던 말이다. 내 삶을 한번 쭉 돌아보면 ... 후회할 순간이 자꾸 기억난다. 올해를 정리하라는 그 글은 꼬여버린 내 뱃속에서 후회로만 다시 태어난다.

 

  나는 꿈을 먹고 사는 아이다. '였다'라고 쓰고 싶었지만 지금도 그런데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시간이 갈수록 나의 가능성의 가지 하나식 꺾여가고 내 마음은 굉장히 조급하다. 먹을 꿈이 없다. 더 이상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없다.

 

  ... 부끄럽다. 나는 은혜가 필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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