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키티
싸구려 바이올린 본문
살면서 몇몇 악기를 배워보았지만, 바이올린만큼 들을 때와 직접 연습해볼 때 간극의 차이가 큰 악기는 처음이다. 피아노는 쉬운 곡들의 경우 박자만 제대로 맞추고 이상한 곳에 강세만 주지 않는다면 들을 만하게 연습해볼 수 있다. 기타도 처음에는 조금 유치할 뿐이지 이상하다고 하긴 그러하다. 하모니카도 역시나. 하지만 바이올린은 이상함을 넘어서 자괴감이 느껴질 정도다. 누군가는 쇳소리가 난다고 하는데 정말 좋은 표현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 음정의 문제가 있다. 피아노, 기타, 하모니카는 모두 음정이 정해져있고 음을 틀리지 않는 한 음정이 틀리지 않는다. 하지만 바이올린은? 기타처럼 프렛이 없기 때문에 선생님이 붙여주신 스티커에서 약간이라도 벗어난다면 소름끼치게 살짝 빗나간 음이 들린다. 음정은 정확히 짚었다면? 그 다음은 활이 문제다. 이 놈의 활은 안정되질 않아서 사방으로 왔다갔다하는데 너무 얼굴쪽으로 가까이 가는 순간 삐비빅! 고주파가 들리게 된다.
글쎄, 아주 우연히 음정도 제대로 잡았고 활도 나름 안정되게 긋는다고 하자. 그럼 좋은 소리가 나는가? 아니다. 나 같은 초보자는 보통 입문용 바이올린을 쓰고 있을텐데 소리가 진짜 불량품이다. 내가 15만원 주고 그 바이올린 살 때는 몰랐지, 이 정도 였음을. 파가니니가 와도 이 바이올린으로는 못 써먹을꺼다. 결국 바이올린을 들을만하게 켤려면 왼손, 오른손, 악기의 3박자가 잘 맞아야하는데 그게 될리가 없으니 그런 소리가 나는 것이다.
원래 사람이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그 원인을 찾고 싶은 법이고 내 바이올린 소리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나는 양심적으로 바이올린의 문제보다는 내 손들의 문제가 크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 오늘은 정말 바이올린이 말썽이었다. 바이올린 선을 고정해주는 고정나사..?가 자꾸 빠져서 왠 코끼리 가죽처럼 질질 빠진 소리가 났다. 으악! 진짜 힘 줘서 굳세게 박은 후에야 연습이라도 할 수 있었는데 ... 지쳐간다. 지금이라도 좋은 바이올린을 산다면 연습도 더 열심히 할텐데,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