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키티
서글픈 일요일 본문
온 나라가 전염병으로 들썩이고 있다. 오늘이 31절임에도 우리 가족이 태극기를 게양하는 것을 깜빡할 정도다. 하필 일요일과 겹치는 바람에 공휴일 분위기가 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다. 오늘은 심지어 일요일의 느낌도 나지 않았다. 예배는 온라인으로 대체되었고, 나는 반주자로서 오프라인 예배에 참석한 극소수의 인원 중 한명이었다. 텅빈 예배당을 보는 것은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니다. 물론 예배는 사람이 아닌 하나님을 향하기에 똑같이 힘내야겠지만, 사람인 나로서는 어쩔 없이 서글프다. 피아노 소리가 휑했다.
그 와중에 양재천에서, 공원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서 등산가는 노인분들을 보면 확 짜증이 날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코로나 때문에 행복들을 하나 하나 포기하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아무런 근심없이 놀고 있다는 생각. 또는 착각. 이렇게만 써놓으면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의 이 생각의 바닥에는 뿌리 깊은 열등감이 있다. 나는 무조건 다른 사람보다 행복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몰려오는 자괴감. 나의 자존심이란 파도 앞에 화려한 모래성일까.
나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강렬하게 기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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