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빈.키티
가을의 심장, 또는 봄의 심장 본문
밤이 많이 추워졌다. 찬 공기가 상쾌한 느낌을 넘어서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준다. 봄에는 느낄 수 없는 가을만의 추위다. 이 추위에는 한 해를 보내야만 하는 인간의 숙명에 대한 쓸쓸함과 아쉬움을 담고 있어서일까? 또는 다시 따뜻한 날씨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앗아가고 있기 때문일까? 글쎄, 나는 어느 쪽일까. 전자에 가까워질수록 나이를 먹어간다고 할 수 있을까?
뼛속까지 감성적이 되는 가을날 밤은 영화를 보기에 좋다. 분명 작년 봄에 본 "겨울의 심장"을 가을 밤에 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 여전히 스테판이 원망스럽고 까미유가 너무 아까움은 변하지 않지만 받아드리는 방법이 다르다. 저 남자의 차가운 감정선을 보면서 더이상 멋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뼛속까지 소름끼칠 뿐이다. 애초에 왜 멋있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봄날의 여유였을까? 내적인 뒤틀림에서 풍겨져오는 차가움은 자랑할 만한게 아닐텐데. 그만큼 내 감정이 뒤틀렸다는 증거일 수도 있겠지.
스테판이 겨울의 심장을 가졌다면 내 심장은 가을? 봄? 분명 같은 온도일 수 있지만 ... 어디로 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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