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마감일
코로나가 잔뜩 날뛰고 있지만 그럼에도 봄을 막을 수는 없다. 벌써 3월 첫 주의 금요일, 날씨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그냥 저냥 따뜻. 봄을 빨리 보기 위해서라도 겨울을 마무리하고 싶은 그런 날이다. 물론 다음 주에도 여전히 추울 예정이다. 하지만 겨울에 계속 머물러 있기보다는 추운 봄을 나는 편이 더 기분 좋다. 마치 초원의 집 시리즈 중에 기나긴 겨울에서 나오는 그 겨울 속. 4월에도 여전히 눈속에 갇혀 있었던 로라의 가족들과 같이 말이다.
잠시 초원의 집 시리즈로 돌아가면 내가 바이올린을 배우게 된 가장 근본적인 계기가 된 소설이다. 내가 읽은 편은 6편 기나긴 겨울 뿐이지만, 그 추운 날씨 속에서 가족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한 대의 바이올린. 그 장면이 상상 속에 강렬하게 남아있다. 미래에 내가 아빠가 되고 아이들이 심심해하고 힘들어 할 때 그렇게 힘이 되는 연주를 해주고 싶다. 잘 할 필요는 없겠지만 재밌게는 할 수 있어야겠지?
다시 올 겨울로 돌아가면 온도 자체는 크게 춥지 않았다. 오히려 따뜻한 날들이 많아서 1월에는 결국 스키장을 가지 못했다. 스키가 녹슬어가는건 안타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인공설로 가득한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는 행위는 노동일 뿐이다. 스키가 빙판을 드르륵 긁으면 나의 감상도 드르륵 긁힌다. 내년에는 정말로 홋카이도로 스키를 타러 가야할까?
여행도 가지 않았고 그저 일상의 연속이었다. 그나마 연애가 지루함 속에서 나의 삶을 구해주었다. 다만 여자친구는 나름의 겨울을 심하게 겪고 있는 터라 안타깝고 미안하다. 이제 함께 겨울을 마무리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오늘은 하필 당직이어서 그런지 일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마감하기 곤란하다. 사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서 어느 정도 성장한 것 같지만 상대적으로는 제자리인 것 같아서 마음이 한편이 걸린다. 완벽한 지식을 갖고 일에 임하는 것이 아닌 그저 패턴만 하나씩 배워가는 것 같아서 두렵다. DBA라기보다는 그냥 오퍼레이터로 머물러 있는 것 같아서. 프로의식을 갖고 어려운 일도 내가 맡는 자세로 한발짝 나가야하지만 정말 어렵고 두렵다. 이번 봄부터는 열심히 해야하지, 정말로.